알바니아 남부, 드리노 강이 내려다보이는 가파른 산비탈에 거대한 돌의 도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회색의 미로’ 지로카스터르입니다.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발을 딛는 모든 곳이 돌로 이루어진 견고한 세계입니다. 반질반질하게 닳은 돌계단을 한 걸음씩 오르는 행위는 도시를 탐험하는 여정의 시작이자, 수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의식과 같습니다. 이 책은 지로카스터르의 독특한 건축과 깊은 역사 속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17세기에서 19세기에 지어진 오스만 양식의 석조 주택들은 두꺼운 벽과 작은 창문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듯 서 있습니다. 회색 슬레이트 지붕은 서로의 어깨를 기대며 층층이 파도처럼 이어지고, 그 아래로 실핏줄 같은 골목과 계단이 얽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만듭니다. 도시의 정점에는 모든 것을 굽어보는 지로카스터르 성이 시간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서 있습니다. 고대에는 ‘은빛 성’이라는 의미의 ‘아르기로카스트론’으로 불렸던 이곳은 오스만 제국의 유산과 알바니아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새겨왔습니다. 세계적인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의 고향이기도 한 지로카스터르의 풍경은 그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아침의 서늘한 돌길 산책에서 시작해, 한낮의 성채 방문, 바자르 골목의 활기, 그리고 저녁노을이 회색 지붕을 물들이는 순간까지 하루의 흐름을 따라 도시의 내밀한 표정을 포착합니다. 화려한 색채 대신 무채색의 깊이와 질감으로 말을 거는 도시.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이 과거의 기억과 공명하는 곳. 지로카스터르의 조용한 서사에 귀 기울이며, 이 회색의 미로가 어떻게 여행자의 마음에 단단하고 깊은 흔적을 남기는지 함께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DeliAuthor]나는 빛처럼 사람들의 이야기에 손을 얹고, 그들의 꿈과 기억을 글로 건져 올리는 작가이다. 어릴 때부터 말보다 글로 마음을 전하기를 좋아했고, 문장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는 작은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타인과 공감을 잇는 다리이자 나의 삶을 지탱하는 예술이다.
[DeliList]프롤로그: 돌 위를 걷는 감각 Chapter 1: 겹쳐진 지붕, 숨겨진 계단 Chapter 2: 아르기로카스트론의 그림자 Chapter 3: 회색빛 하루의 흐름 Chapter 4: 돌의 도시에서 시간을 오르다 Chapter 5: 성채 위, 하나의 건축 에필로그: 침묵의 파노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