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접기
금척고분군 덮어둔 시간 위를 걷다. 금척고분군
구매 가능

금척고분군 덮어둔 시간 위를 걷다

...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금척고분군 앞을 지날 때마다 나는 무심코 속도를 늦춘다. 매일 오가던 길인데도 어느 날부터인가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파헤쳐진 땅 위에는 천막 같은 것이 덮여 있고, 하얀색으로 무언가 표시가 되어 있다.비를 막기 위한 것인지, 시간을 덮어 두기 위한 것인지 가끔은 알 수 없게 느껴진다.저 천막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아직 그 답을 모른다. 다만 그 안에 ‘시간’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만은 이상하게도 분명하다.   내가 알고 있는 금척고분군에 대한 지식은 아주 단순하다. 고분 가운데에는 ‘금’자가 묻혀 있다고 들었다는 것, 처음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능들이 아주 많았다는 이야기 정도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이곳 한가운데로 길이 생기며 많은 고분이 훼손되었다는 사실. 지금도 그 길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고분들이 남아 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시간이 갈라진 듯한 풍경이다. 사람들은 길을 따라 바쁘게 지나가고, 능들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머문다.   나는 그 침묵이 궁금했다. 왜 이토록 오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이토록 오랫동안 묻힌 채로 두었을까. 아니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발굴은 한창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천막으로 덮이고, 표시로만 남겨진 채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있다. 급하게 보여 주기보다는 기다리는 태도에 가깝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모든 것을 빨리 알고, 빨리 소비하려는 시대에 이곳은 아직 서두르지 않는 중이다.   금척고분군은 유적이기 이전에 풍경이다. 봄이 되면 도로가의 벚꽃이 터널처럼 이어지고, 잘 다듬어진 유채꽃들이 고분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꽃 아래에는 능이 있고, 능 아래에는 아직 다 알지 못한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정답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발굴의 결과를 대신 설명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지나치던 길 위에서 문득 궁금해진 마음, 덮여 있는 것 앞에서 잠시 멈춰 섰던 한 사람의 시선을 차분히 적어보려 한다.   금척고분군을 걷는 일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이면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래서 이 기록을 시작한다.   수정 드림  

[DeliAuthor]

나의 유년 시절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결혼하면서 지금 인생의 절반을 좌절과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좋은 인연 덕분에 지금은 다행스럽게 귀한 분을 만나 평소 하고 싶었던 책 쓰기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능선 위에 잠든 시간2. 파헤쳐진 땅 위에서3. 천막 아래의 시간4. 길 위에 남은 능선5. 발굴이라는 기다림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