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순례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법의 향기가 짙게 밴 땅, 라즈기르입니다. 옛 마가다 왕국의 수도이자 '왕의 거처'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단단한 돌산들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 안은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기 전 수행자 시절 이곳에서 빔비사라왕을 처음 만났고, 훗날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부터 불교 최초의 사원인 죽림정사를 보시받았습니다. 이 책은 빔비사라왕의 귀의로 시작된 라즈기르의 황금기를 따라갑니다. 청정한 대나무 숲 사이로 법의 바람이 불었던 죽림정사의 새벽과, 정상의 바위가 독수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영취산의 장엄한 풍경 속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바로 이 영취산에서 붓다는 대승불교의 정수로 불리는 『법화경』을 설했고, 말없이 들어 올린 연꽃 한 송이에 마하가섭만이 미소로 답했다는 '염화미소'의 일화가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라즈기르의 역사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빔비사라왕을 시해하고 왕좌를 찬탈한 아자타샤트루의 비극, 붓다를 향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승단을 분열시키려 했던 데바닷타의 어두운 욕망이 이곳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당대 최고의 의술로 붓다와 승단을 돌보았던 어의 지바카의 헌신적인 이야기는 이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빛과 같습니다. 붓다께서 열반에 드신 후, 그분의 가르침이 흩어질 것을 염려한 500명의 아라한들이 칠엽굴에 모여 제1차 결집을 거행한 곳 역시 라즈기르입니다. 경과 율이 처음으로 집대성되면서, 시대를 넘어 진리가 전해질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바로 이곳에서 마련되었습니다. 순례자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아난다와 우팔리가 법을 외우던 그 엄숙한 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108 불교 성지 순례』 다섯 번째 권, 『라즈기르 – 영취산 설법지』와 함께 왕의 도시가 품은 불교의 새벽을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영취산 정상에서 법화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울려 퍼지던 순간을, 그리고 그 법음이 어떻게 시련을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는지를 생생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DeliAuthor]전직 사진작가에서 글쓰는 여행자로 거듭난 감성요일. 렌즈로 담던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이제는 문장으로 풀어내며, 일상의 순간을 특별한 이야기로 빚어내는 작가입니다.
[DeliList]프롤로그: 법화의 꽃, 왕성에서 피어나다 Chapter 1: 다섯 산의 요새, 마가다의 심장 라즈기르 Chapter 2: 최초의 귀의, 빔비사라왕과 붓다의 만남 Chapter 3: 최초의 사원, 죽림정사의 청정한 바람 Chapter 4: 영산회상의 언덕, 영취산에 오르다 Chapter 5: 연꽃 한 송이, 마음으로 전한 법 Chapter 6: 배신과 참회, 아자타샤트루의 두 얼굴 Chapter 7: 승단을 가르려 했던 자, 데바닷타의 그림자 Chapter 8: 치유의 손길, 어의 지바카의 망고 동산 Chapter 9: 법을 모으다, 칠엽굴의 제1차 결집 Chapter 10: 평화의 염원, 언덕 위의 비슈와 샨티 스투파 에필로그: 돌 위에 새겨진 법음, 순례자의 마음에 머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