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장부가 있습니다. 하나는 숫자로 빼곡한 장부, 또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항목들로 채워진 장부입니다. 저는 오래도록 두 번째 장부를 써왔습니다. 거기에는 이웃과 마주쳤을 때의 표정, 전화기를 내려놓고 난 뒤의 심장 박동, 분쟁 대신 고른 침묵이 남긴 저녁의 고요, 몇 푼을 덜 얻는 대신 얻은 숙면 같은 것들이 적혀 있습니다. 누군가의 계산기에서는 분명 제가 틀렸을 겁니다. 양보는 손해로, 평화는 나약함으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 장부의 합계는 다릅니다. 이익이란 반드시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관계의 온도와 마음의 밀도, 얼굴을 들고 사는 날들의 투명도 역시 엄연한 자산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손해 보지 않기 위한 기술이 아닌, 소모되지 않기 위한 태도에 관한 기록입니다. 분쟁으로 얻은 몇 푼보다 평화로 남긴 긴 시간을, 이겼다는 기분보다 편안한 숨을, 소리를 높여 확보한 권리보다 낮은 목소리로 지킨 품위를 택하는 삶의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요란하게 손익을 따질 때, 보이지 않는 것을 자산으로, 평화를 투자로, 존엄을 원금으로 두는 나만의 계산법을 세우고 싶은 이들에게 고요한 생각의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이것은 설득의 기록이 아니라, 내 기준을 세우는 연습의 기록입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장부가 있다 Chapter 1: 보이지 않는 것을 자산으로 삼는 법 Chapter 2: 나는 소모되지 않기 위해 산다 Chapter 3: 평화라는 이름의 투자 Chapter 4: 나의 손익분기점은 어디인가 Chapter 5: 천 원짜리 가격표를 붙이는 마음 에필로그: 그리하여 내 장부의 합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