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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보름달

...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달이 뜨는 밤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정월 대보름이 가까워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달을 찾는다. 달력을 들춰보지 않아도, 뉴스에서 말해주지 않아도, 몸 어딘가가 먼저 기억해낸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나는 저절로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휘영청 밝은 둥근 달.

어린 시절, 그 달빛 아래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계셨다. 마을 공터에서는 윷가락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윷 나와라!”

걸 나와라!”

 

웃음소리와 함성이 담장을 넘어 온 마을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내가 또렷이 기억하는 것은 그 소리들 사이에서 묵묵히 움직이던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는 늘 부엌에 계셨다. 솥뚜껑을 여닫으며 김 오르는 냄비를 살피고,

나물을 무치고, 오곡밥을 뒤적이며

조용히 시간을 쌓아 올리셨다.

그때 나는 몰랐다. 그 손길 하나하나가 우리 가족의 한 해를 붙들어 매는 기도였다는 것을.

 

보름날 아침이면 정갈하게 차려진 상이 안방에 놓였다. 윤기 흐르는 오곡밥, 색색의 나물, 동태 두부찌개, 강정, 땅콩, 귀밝이술까지.

 

어머니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셨다. 작은 입술이 조용히 움직였다.

무슨 말씀하셨는지 나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기도 속에는 가족의 건강과 무탈함과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다 담겨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다시 마구간으로 가셨다. 소 구유에 오곡밥을 담아두고 또 한 번 두 손을 모으셨다. 그 시절, 소는 가족이었다. 밭을 갈고, 논을 일구며 우리의 한 해를 책임지던 존재였다.

 

어머니는 사람뿐 아니라 짐승에게도 정성을 다하셨다.

그 모습이 어린 나에게는 그저 당연한 풍경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안에 담긴 마음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나는 그날 콩을 골라내며 투정을 부렸다. 하얀 쌀밥이 더 좋다며 오곡밥을 못마땅해했다. 나물도 싫다며 젓가락을 밀어놓기도 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밥 한 숟갈에 어머니의 밤 잠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윤기 흐르던 그 오곡밥이 그립다. 콩까지도 고맙다. 그 콩을 골라내던 철없던 아이가 이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었다.

정월 대보름은 더 이상 마을 잔치가 아니다. 윷놀이 소리도, 지신밟기 풍물도, 깡통 불놀이의 불꽃도 이제는 기억 속에만 있다.

 

그러나 달은 여전히 뜬다. 그때처럼 둥글고 환하게. 나는 그달을 올려다보며 어머니를 떠올린다. 달빛은 늘 어머니의 얼굴을 닮아있다. 말없이 밝고, 조용히 비추고, 아무 조건 없이 내 곁을 지키던 빛.

 

이 책은 정월 대보름에 대한 기록이 아니다.

달빛 아래 서 있던 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사랑을 너무 늦게 알아버린 한 딸의 고백이다.

 

수정 드림


[DeliAuthor]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풍경과

말로 다 하지 못한 마음을

조용히 글로 옮기고 있다.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사랑과 시간의 의미를 찾으며,

이번 책 어머니의 보름달을 통해

어머니의 기도와 그리움을 기록했다.


[DeliList]

프롤로그

 

1. 보름달이 뜨던 마당

2. 어머니의 부엌

3. 사라진 것들과 남은 것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