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8년은 바람에 대한 공포의 시간이었습니다. 섬의 터줏대감처럼 휘몰아치는 바람은 때로 스산하고 무서운 존재로 각인되었습니다. 사람이 살기엔 다소 박한 그 땅에서 바람은 자연의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였고, 저는 그저 그 거친 숨결에 맞서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지 2년, 제 안의 바람은 다른 얼굴을 하고 다가옵니다. 빌딩 숲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뺨을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비를 머금어 오는 고마운 존재, 굳어있던 마음과 나뭇가지를 함께 흔들어주는 다정한 친구. 서울의 바람은 귀하고 소중합니다. 꽉 막힌 도시의 틈을 찾아와 숨통을 틔워주는 생명력의 증거입니다. 이 책은 바람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을 따라가는 한 편의 서정적인 묵상집입니다. 제주의 거센 바람에서 배운 생의 강인함과 서울의 부드러운 바람을 통해 깨달은 일상의 온유함을 교차하며, 우리 안에 부는 내면의 바람을 들여다봅니다.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때로는 잔잔한 미풍으로 위로하는 삶의 역동성을 바람의 노래에 좇아 기록했습니다. 우리 삶에도 묵직한 신바람이 불기를, 다시 자유로운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바람의 두 얼굴 Chapter 1: 삼다도, 그 거친 숨결의 기억 Chapter 2: 서울의 틈새바람, 다시 찾은 온유함 Chapter 3: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Chapter 4: 내 삶에 분다, 신바람이라는 소망 Chapter 5: 다시, 바람이 노래하는 곳으로 에필로그: 바람과 함께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