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글은커녕 질문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얀 화면 위에서 깜빡이는 커서가 나를 재촉하는 것 같고, 쓰지 못하는 시간만큼 세상에 빚을 지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깊은 슬럼프, 그 막막함의 한가운데에 있는 당신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습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는 이 책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을 나는 마법을 잃어버린 키키처럼, 우리 역시 영감의 샘이 마르고 한 줄도 쓰기 어려운 날들을 마주합니다. 키키가 마법을 되찾은 것은 더 필사적으로 빗자루를 붙잡았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보고, 소중한 친구를 만나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오두막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렸을 때였습니다. 이 책은 쓰지 않는 시간에 대한 부채감을 덜어주고, 당신의 머릿속이 실은 24시간 내내 삶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집필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번아웃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돌보라는 가장 정직한 신호이며, 진정한 쉼은 공백이 아니라 다음 문장을 위한 깊고 충만한 숨이라는 사실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은 생산량으로 증명되는 작가가 아닙니다. 우리는 살아 숨 쉬고, 느끼고, 생각하는 한 누구나 ‘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잘 안 될 때는, 정말 괜찮으니, 그냥 쉬어도 좋습니다.
[DeliAuthor]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DeliList]프롤로그: 마법이 사라진 날 Chapter 1: 쓰지 않는 시간의 부채감 Chapter 2: 머릿속은 24시간 집필 중 Chapter 3: 번아웃은 건강관리의 신호 Chapter 4: 쉼은 공백이 아니라 창작의 숨 Chapter 5: 우리는 누구나 쓰는 사람이다 에필로그: 다시, 당신의 빗자루를 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