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제12대 왕 인종,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성군'이라는 칭송과 '비운'이라는 그림자가 함께한다. 재위 기간은 불과 9개월.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은 조선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정치적 격변의 서막을 열었다. 책은 중종의 적장자로 태어나 25년이라는 긴 세월을 세자로 보낸 인종의 삶을 추적한다. 생모 장경왕후의 이른 죽음과 계모 문정왕후의 등장. 그녀의 아들 경원대군(훗날의 명종)이 태어나면서 세자의 자리는 늘 위태로웠다. 친아들을 왕으로 만들려는 문정왕후와 그녀의 동생 윤원형을 중심으로 한 '소윤' 세력의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인종은 묵묵히 학문을 닦고 자신을 연마하며 때를 기다렸다. 그는 조선이 꿈꾼 이상적인 유교 군주의 표상이었다. 아픈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살을 베어 약에 타려 했을 만큼 지극한 효심,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 앞에서도 관용을 잃지 않았던 인자함, 그리고 왕위에 오르자마자 기묘사화로 희생된 조광조를 복권시키며 개혁의 깃발을 들었던 결단력까지. 그의 등장은 훈구파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사림의 시대가 열리리라는 희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 짧았다. 즉위 9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은 수많은 의혹을 낳았다. 특히 문정왕후가 건넨 떡을 먹고 쓰러졌다는 야사는 오늘날까지도 '독살설'의 진실 공방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곧이어 조선의 조정을 피로 물들인 '을사사화'가 터지며 인종을 따르던 신하들은 모두 숙청되고, 역사는 다시 문정왕후와 척신들의 시대로 회귀하고 만다. 이 책은 인종이라는 한 인물을 통해 권력의 비정함,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이 역사에 남긴 거대한 파장을 그린다. 가장 어질었기에 가장 위험했으며, 가장 짧게 머물렀기에 가장 아쉬운 왕, 인종. 그의 못다 펼친 꿈과 비극적인 삶을 통해 우리는 조선 중기 정치사의 가장 치열했던 한복판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아르시안(Arsian) 라틴어 Ars는 예술, 창조의 행위이고, -ian은 그것을 삶으로 삼는 사람을 뜻한다. 아르시안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루의 미세한 결을 감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온도와 여운을 문장으로 길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남기는 흔적을 믿으며, 삶을 기록이 아닌 하나의 창조로 받아들인다. 그의 글은 조용하지만 오래 머물고, 화려하지 않지만 또렷한 빛을 가진다.
[DeliList]프롤로그: 가장 어질었던 왕, 가장 짧았던 시대 Chapter 1: 그림자 속의 세자, 25년의 기다림 Chapter 2: 효(孝), 왕의 가장 큰 덕목 Chapter 3: 찰나의 개혁, 못다 핀 이상 Chapter 4: 문정왕후의 떡, 비극의 서막 Chapter 5: 을사사화, 왕의 죽음이 남긴 피바람 에필로그: 만약이라는 질문 속에 남은 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