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어디론가 떠난다. 낯선 풍경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잠시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떤 여행은, 단순히 ‘떠남’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곳에 다녀온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조용히 생각을 이어가게 만드는 여행이 있다. 나에게 경주가 그런 곳이다.
이 도시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전혀 가볍지 않다.
눈에 보이는 것은 현재이지만, 그 아래에는 천년이라는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나는 그 시간 위를 걷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래된 절 하나,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장소 하나를 직접 보고 싶다는 마음 그러나 그곳에 다가갈수록, 나는 조금씩 다른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곳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시간, 한 시대의 흔적, 그리고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조용히 머물러 있는 공간이었다.
분황사.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고요해지는 곳. 나는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걸어보고, 바라보고, 잠시 머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마주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시간의 깊이.
이 글은 그날의 기록이다. 분황사를 향해 걸어가던 길, 그 안에서 머물던 시간,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순간까지. 나는 그저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 안에서 느꼈던 것들을 천천히 꺼내어 놓으려 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특별한 무엇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정 드림
시간이 머문 자리를 걷고, 그 안에 스며 있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을 더 오래 바라보는 사람.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사라진 것과 남아 있는 것 사이를 천천히 사유하며 글로 옮긴다.
경주를 비롯한 오래된 공간을 찾아다니며 그곳에 깃든 역사와 사람의 흔적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책 『여왕의 향기』에서는 분황사를 중심으로 선덕여왕의 시간과 그 속에서 마주한 자신의 사유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보이지 않지만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쓴다.
프롤로그
1. 경주에 들어서다
2. 봄, 꽃이 말을 걸다
3. 분황사로 향하는 길
4. 첫 마주침 분황사
5. 여왕의 시간
6. 향기 없는 꽃의 의미
7. 이름에 담긴 뜻
8. 머물렀던 사람들
9. 돌로 쌓은 시간
10. 남겨진 것들
11. 다시 현재로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