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조의 스물네 번째 왕, 헌종 이환(李奐). 그는 여덟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스물셋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군주다. 아버지는 요절한 비운의 천재 효명세자(익종)였고, 할아버지는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아래 신음했던 순조였다. 헌종의 시대는 태생부터 거대한 권력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 책은 헌종의 짧은 생애를 통해 19세기 조선이 마주한 절망과 모순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할머니 순원왕후를 등에 업은 안동 김씨와 어머니 신정왕후를 중심으로 한 풍양 조씨. 두 외척 세력의 치열한 권력 다툼 속에서 어린 왕은 국정의 실권을 잡지 못한 채 이름뿐인 군주로 머물러야 했다. 그의 재위 기간에 벌어진 기해박해와 병오박해는 종교적 신념의 충돌 이면에 도사린 정치적 숙청의 칼날이었으며, 삼정의 문란으로 인한 민생 파탄은 왕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경고음이었다. 권력의 무대에서 소외된 헌종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사랑하는 후궁 경빈 김씨를 위해 낙선재를 짓고, 그곳에서 서화와 사치품에 몰두하며 정치적 무력감을 달랬다. 그의 예술적 탐미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였을까, 아니면 유일하게 허락된 자기표현의 방식이었을까? 이 책은 낙선재라는 공간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헌종의 고뇌와 욕망을 섬세하게 복원한다. 결국 후사 없이 생을 마감하며 조선 왕실의 직계 혈통을 단절시킨 왕. 그의 죽음과 함께 강화도령 철종이 옹립되고, 조선은 더욱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조선의 왕 24. 헌종』은 ‘최연소 즉위, 최단명’이라는 기록 뒤에 가려진 한 젊은 군주의 비극적 삶과, 그의 시대를 통해 쇠락해가는 조선의 마지막 그림자를 냉철하게 조명한다.
[DeliAuthor]아르시안(Arsian) 라틴어 Ars는 예술, 창조의 행위이고, -ian은 그것을 삶으로 삼는 사람을 뜻한다. 아르시안은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는 하루의 미세한 결을 감각하고,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온도와 여운을 문장으로 길어 올린다. 보이지 않는 것이 남기는 흔적을 믿으며, 삶을 기록이 아닌 하나의 창조로 받아들인다. 그의 글은 조용하지만 오래 머물고, 화려하지 않지만 또렷한 빛을 가진다.
[DeliList]프롤로그: 열리지 못한 꽃 Chapter 1: 익종의 아들, 그림자 속의 군주 Chapter 2: 두 개의 태양, 수렴청정의 시대 Chapter 3: 이름뿐인 친정, 무너지는 삼정 Chapter 4: 낙선재, 사랑과 예술로 쌓은 도피성 Chapter 5: 후사 없는 국왕과 검은 이양선 에필로그: 비운의 왕, 한 시대의 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