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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탑, 남겨진 마음. 사라진탑남겨진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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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탑, 남겨진 마음

...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경주에는 이상한 공간들이 있다.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마음은 자꾸 무언가를 보게 되는 곳.

나는 그날, 황룡사지에 서 있었다.


넓게 펼쳐진 터 위에는 낮은 돌들만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그저 라고 말하겠지만, 내게 그곳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이 남아 있어서 쉽게 말을 꺼낼 수 없는 자리였다. 바람이 불었다. 노란 유채꽃이 파도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이미 져버린 벚꽃의 시간이 아득하게 물러나 있었다.

계절은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가는데, 이 자리에서는 천년의 시간이 멈춰 서 있는 듯했다.

 

나는 한 발짝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한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던 거대한 탑이 있었다. 나무로 지어졌지만, 돌보다 단단한 마음으로 세워졌던 탑. 그 탑을 세운 이는 한 여왕이었다.

선덕여왕.

사람들은 그녀를 지혜로운 왕이라 말하고, 때로는 신비로운 존재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왜, 그 거대한 탑을 세우려 했을까. 그것은 단순한 불심이었을까,

아니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간절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그녀 자신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하늘로 올려보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을까.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이곳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사라진 탑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탑을 세운 마음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그 마음속에서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기 위해서.

 

수정 드림


[DeliAuthor]

경주에 살며, 오래된 시간과 조용히 마주하는 글을 씁니다. 익숙한 풍경 속에 스며 있는 역사와 그 속에서 발견하는 나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바라보는 시간을 소중히 여깁니다.

 

이 책은 황룡사지에서 시작된 작은 걸음이 천년의 시간과 이어지며 만들어진 기록입니다. 사라진 것들 속에서 남아 있는 마음을 따라가며, 나 또한 나의 시간을 천천히 쌓아가고 있습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다시 걷기 시작한 길

2. 황룡사지에 닿다.

3. 용이 머문 자리

4. 백 년의 시간으로 세운 절

5. 여왕의 시대

6. 흔들리는 나라, 흔들리지 않는 선택

7. 탑을 세우다.

8. 아홉 층에 담긴 마음

9. 사라진 것들의 이야기

10. 보이지 않는 탑을 쌓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