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걷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물론 좋아하기도 한다.
빠르게 지나가던 길 위에서 문득 걸음을 늦추고, 이유 없이 멈춰 서서
바람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나의 하루는 조용히 시작된다.
집을 나서 익숙한 길을 따라 황성공원으로 향한다.
특별할 것 없는 길인데도 그 길 위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가 나를 앞서 걷는다.
그 소리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따라오고, 기억이 따라오고, 잊고 지냈던 시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의 나는 이곳을 그냥 스쳐 지나갔다. 넓은 운동장, 사람들로 북적이던 행사, 웃음소리와 응원이 가득했던 하루. 그때의 황성공원은 “지나가는 장소”였고, “머무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숲속을 걷는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을 보고,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문득 떠오르는 노래를 혼자서 흥얼거린다.
시간은 그렇게 같은 장소를 다른 의미로 바꾸어 놓는다. 한때는 웃음으로 가득했던 곳이 이제는 사색의 자리가 되고, 그저 지나치던 길이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길이 된다.
어쩌면 나는 지금 공원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천천히 다시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순간에도 삶은 여전히 새로운 길을 내어 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걷는다.
조금 느리게,
조금 더 오래
이 길 위에 머물기 위해.
수정 드림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면서 비로소 나의 일상을 천천히 바라보게 되었다.
익숙한 길을 다시 걷고, 스쳐 지나가던 풍경에 오래 머물며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스며드는 순간들, 그 속에서 느낀 마음을 글로 옮기는 일을 좋아한다.
경주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깊은 시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지금도 여전히 걷고 있으며, 걷는 만큼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다.
프롤로그
1. 다시 걷기 시작한 길
2. 노래가 흐르는 숲
3. 천년의 기억 속으로
4. 숲이 들려준 이야기
5. 오늘의 황성공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