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첨성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말없이 서 있는 하나의 탑, 첨성대 앞에 서면 이상하게도 걸음이 느려진다.
처음부터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아니다. 수없이 많은 유적 가운데 하나처럼 보였고, 그저 오래된 돌탑일 뿐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몇 번이고 그 자리를 지나고, 다른 계절의 바람 속에서 그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것이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는 말한다. 이 탑은 별을 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또 누군가는 그것이 상징에 불과하다고도 말한다. 돌의 개수와 층을 세어 의미를 해석하려 하고, 그 안에 숨겨진 질서를 찾아내려 애쓴다.
하지만 1,400년이라는 시간은 여전히 쉽게 입을 열어주지 않는다.
나는 문득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답을 알아내는 일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탑이 언제 세워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그러나 정작 그 앞에 서서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탑을 세운 이는 선덕여왕이라 전해진다. 별을 읽고, 하늘의 뜻을 헤아리려 했던 한 사람.
그녀는 왜 이곳에 이 탑을 세웠을까.
그리고 무엇을 바라보며 이 돌들을 쌓아 올렸을까.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첨성대를 바라본다. 낮에는 빛을 받아 단단해 보이고, 밤이 되면 별빛 속에서 한없이 고요해지는 그 탑은 마치 두 개의 시간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 같다.
사라지지 않는 과거와,
끝없이 흐르는 현재.
몇 해 전, 경주에 큰 지진이 있었을 때 많은 것들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 탑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면 나는 이상하게도 위로받는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굳이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
이 글은 어떤 정답을 찾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끝내 풀리지 않을 질문들을 조용히 곁에 두고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오늘도 그 탑 앞에 서 있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별을 바라보던 사람의 시간과 그 아래에 서 있는 나의 시간이 어디쯤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수정 드림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문득 멈춰 서게 만드는 순간들을 좋아합니다.
오래된 길을 걷고,
낡은 돌담을 바라보고,
시간이 머물러 있는 공간에서
지나간 이야기들을 상상하는 것을 즐깁니다.
역사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믿으며,
그 연결의 감각을 글로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선덕여왕과 첨성대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결국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여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프롤로그
1. 별을 올려다보던 사람
2. 여왕, 하늘을 읽다
3. 돌로 쌓은 우주
4. 흔들리지 않는 것
5. 밤, 별, 그리고 침묵
6.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