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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스물넷, 박수아. 친구들은 내가 강남의 이벤트 업체에서 일하는 줄 안다. SNS 프로필에는 ‘오늘도 맑음’ 따위의 문장을 적어두고, 퇴근길 새벽 하늘 사진을 올린다. 아무도 내가 화려한 도시의 가장 깊은 지하에서, 밤의 가장 지저분한 것들을 치우며 돈을 번다는 사실을 모른다.
쿵, 쿵, 쿵. 심장을 때리는 베이스 소리가 건물의 뼈대를 타고 내 몸까지 울린다. 취객들이 게워낸 토사물과 버려진 화장품, 찢어진 스타킹과 흥건한 알코올 냄새가 뒤섞인 여자 화장실. 이곳이 나의 일터다. 사람들은 나를 보지 못한다. 혹은 보아도 없는 사람 취급한다. 나는 그들의 화려한 연극 무대 아래에서 묵묵히 바닥을 닦는 유령이다. 노란 고무장갑을 낀 내 손이 바닥에 흩뿌려진 반짝이는 글리터 조각들을 쓸어 담는다. 누군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나의 가장 고된 노동의 증거가 된다.
모두가 떠난 새벽, 좁은 비품실에 웅크리고 앉아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낀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바흐의 첼로 소리가 흐른다. 이 순간만큼은 오롯이 나, 박수아다. 락스와 향수 냄새 대신 희미한 아로마 오일 향을 맡으며, 더러워진 몸과 마음을 씻어낸다. 지하를 벗어나 마주하는 차가운 새벽 공기, 그리고 동쪽 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별 하나. 그래서 내 이름은 ‘새벽별’이다. 이 책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은 이름을 지키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조용한 독백이자, 소음 속에서 찾아낸 이질적인 평온에 대한 기록이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지하의 소음, 하늘의 닉네임 (Identity)
반짝이는 글리터와 고무장갑 (Appearance & Habit)
거울 앞의 짧은 연극들 (Life Episode)
비품실 구석의 작은 스피커 (Objects)
작고 가느다란 내 글씨 (Handwriting)
내가 나를 정화하는 주문 (Language)
지상으로 향하는 마지막 계단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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