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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여기, 매일같이 돈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박순희, 나이는 마흔셋. 합법적인 신용정보회사에서 채무자의 빚을 독촉하는 일을 합니다. 매일같이 최고장, 가압류, 재산 명시 신청서 같은 차가운 단어들을 만지며, 수화기 너머로 쏟아지는 눈물과 변명, 때로는 날 선 저주를 온몸으로 받아냅니다.
그런 그녀의 SNS 닉네임은 ‘보송보송’. 프로필 사진은 언제나 햇볕에 잘 마른 하얀 이불이나 바람에 흩날리는 빨래입니다. 눅눅한 현실에서 벗어나 잘 마른 수건처럼 평온하고 쾌적한 삶을 살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담긴 이름입니다. 이 책은 ‘박순희 상담원’과 ‘보송보송’이라는 두 개의 이름 사이에서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려는 한 직장인의 덤덤하지만 서글픈 내면 독백입니다.
종이에 베인 손끝의 상처, 모니터의 작은 숫자를 들여다보느라 깊어진 미간의 주름, 그리고 지독한 통화를 마친 뒤 SNS에 빨래 사진을 올리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는 모습까지.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숫자로 가득한 세상 뒤에 가려진 한 인간의 고독과 존엄, 그리고 ‘보송보송한 삶’을 향한 소박한 꿈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무심코 지나쳤을 평범한 사무실 한 칸, 그곳에도 이처럼 치열하고 애틋한 삶이 숨 쉬고 있습니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빨간 딱지와 하얀 빨래 (Identity)
서류에 긁힌 손끝과 돋보기안경 (Appearance & Habit)
수화기 너머로 흐르는 진흙탕 (Life Episode)
책상 위의 낡은 계산기와 미스트 (Objects)
작고 또박또박한 행정형 글씨 (Handwriting)
마음의 먼지를 터는 혼잣말 (Language)
햇볕 잘 드는 베란다를 찾아서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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