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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새벽 네 시. 거대한 솥에서는 수백 인분의 국이 끓고, 조리실은 밥 짓는 증기로 자욱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이곳의 하루는 가장 먼저 시작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임 씨’로 불립니다. 회색빛 세상 속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철창 너머로 식판을 밀어 넣는 사람. 제 진짜 직업은 교정시설의 공무직 조리원입니다.
하지만 이곳을 벗어나면 저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 SNS 속 제 닉네임은 ‘푸른하늘’입니다. 제 프로필에는 파리의 미라보 다리나 뭉게구름 가득한 하늘 사진만이 있을 뿐, 굳게 닫힌 철문이나 회색 담벼락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 누구도 ‘푸른하늘’이 높은 담장 안, 지하 조리실에서 수백 명의 수용자들을 위해 거대한 삽을 젓는 사람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합니다.
이 책은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한 조리원의 내밀한 기록입니다. 강인함과 무던함으로 버텨내는 고된 노동의 시간, 철창 틈으로 마주하는 수많은 눈빛들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 그리고 퇴근길에 마주하는 드넓은 하늘을 보며 느끼는 해방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밥은 굶기지 말아야 한다는 소박하지만 단단한 철학으로 오늘도 솥을 지키는 그녀. 닫힌 공간과 열린 하늘의 극명한 대비 속에서, 타인의 허기를 채우며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한 인물의 숭고한 일상을 1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그려냅니다. 당신의 마음을 울릴 묵직한 인생의 맛을 만나보십시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철창 속의 식판, 담장 밖의 하늘 (Identity)
굳은살 박인 손바닥과 거대한 조리용 삽 (Appearance & Habit)
철문 틈으로 들어온 눈빛들 (Life Episode)
거대한 무쇠 솥과 조리실의 라디오 (Objects)
뭉툭하고 곧은 어머니의 글씨 (Handwriting)
철문이 열릴 때 삼키는 한마디 (Language)
벽이 없는 세상으로의 퇴근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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