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접기
철문 너머 천년의 시간. 철문넘어천년의시간
구매 가능

철문 너머 천년의 시간

...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철문 너머, 천년의 시간을 열다.

무엇인가 오래된 것을 찾아간다는 일은 늘 마음을 조금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것이 천년의 시간을 품은 무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자리, 사람들이 자주 찾지 않는 곳, 누군가는 존재조차 모르는 길 끝에서 오래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의 끝자락이었다. 햇살은 제법 따뜻했고, 바람은 초여름 문턱에서 망설이는 듯 산기슭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다. 그날 나는 장산 토우총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 길은 늘 그래왔듯 쉽게 허락되는 길이 아니었다.

 

이번 답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평소처럼 홀로 걷는 답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여러 사람과 함께 걷는 길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누군가는 오래된 돌 하나에도 이야기를 보탰고, 누군가는 조용히 사진을 남겼다. 해설사님의 설명은 혼자였을 때보다 더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서로 다른 시선이 한곳을 바라볼 때, 유적은 비로소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함께 읽어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장산 토우총은 경주의 화려한 왕릉처럼 쉽게 눈에 띄는 곳이 아니다. 서악동의 익숙한 마을 길 사이로 숨어 있어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몇 번쯤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동네 골목은 미로처럼 이어졌고, 낯선 이에게 시간을 조금 더 들여야만 길을 내어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분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이었다.

고분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가정집 마당을 지나야 했다.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철문을 열어야만 비로소 천 년 전 신라의 흔적 앞에 설 수 있다니. 오래된 시간은 때로 그렇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은 다행히 해설사님의 도움으로 철문이 열렸다. 삐걱거리며 열리는 문틈 사이로 낯선 고요가 흘러나왔다. 마치 오래 잠들어 있던 시간이 작은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문 하나를 지나자 세상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사람 사는 마을의 기척은 뒤로 물러나고, 장산 자락 아래 고요히 누운 봉분이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높다란 왕릉처럼 위엄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는 오래된 침묵이 있었다. 쉽게 설명되지 않는 묵직함이었다.

 

천년 전 누군가의 마지막 자리.

이 무덤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사람들의 배웅 속에서 이곳에 잠들게 되었을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떠난 이를 위해 무엇을 남겼을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그리워했을까.

 

나는 오래된 봉분 앞에서 한참 걸음을 늦추었다. 흙 아래 잠든 사람은 이미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그 흔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마음을 붙든다. 깨진 토기 조각 하나, 작은 토우 하나, 돌방 안 남겨진 흔적 하나가 천년의 시간을 건너와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역사는 때로 거대한 왕의 이야기보다 이름 없는 흔적 안에서 더 깊게 숨 쉬고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장산 토우총 앞에서 천천히 배우기 시작했다.

 

이 책은 화려한 왕릉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쉽게 찾아가는 길 위의 이야기도 아니다. 조금은 숨겨진 곳, 철문 하나를 지나야 만날 수 있는 신라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어쩌면, 오래된 무덤을 바라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한 사람의 조용한 답사기이기도 하다.


[DeliAuthor]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가 머문 자리를 천천히 걸으며 글을 쓰고 있다.

화려한 역사보다 오래된 시간 속에 조용히 남겨진 흔적에 더 마음이 머문다. 왕릉과 사찰, 오래된 마을과 유적지를 찾아 그곳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한 마음을 수필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철문 너머 천년의 시간은 경주 장산 토우총 답사를 통해 만난 신라의 흔적과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담은 기록이다. 오래된 무덤 앞에서 천 년 전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DeliList]

프롤로그

 

1. 함께 걷는 길, 달라진 풍경

2. 미로 같은 골목 끝에서 만난 무덤

3. 흙으로 남은 신라의 기억

4. 죽음을 준비한 사람들

5. 천년의 시간을 만지는 마음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