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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도시가 가장 깊은 잠에 빠진 시각,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이름보다 '71번 요원'으로 불리는 남자, 고진혁. 수백만 인파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이 운행을 멈춘 새벽 1시 15분, 그는 무거운 공구 가방을 메고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깊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선다.
그의 별명은 '한여름발새'. 매캐한 열기와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지하 선로 위를 밤새도록 걷는 고단한 걸음, 그 안에 담긴 자유에 대한 아득한 갈망을 함축한다. 쇳가루와 기름때에 절은 방염복, 수만 보의 걸음에 터지고 굳어진 발바닥은 그의 직업이 남긴 훈장이자 낙인이다. 그는 강철의 미세 균열을 읽어내는 초음파 탐상기를 들고, 수십 톤의 하중을 버티는 볼트를 유압 렌치로 조이며 도시의 대동맥을 지킨다.
이 책은 멈춰 선 궤도 위에서 비로소 빛나는 한 인간의 기록이다. 승객으로 지하철을 탈 때조차 선로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하는 직업병, 완전한 암흑과 정적 속에 갇혔던 아찔한 기억, 그리고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청포도 사탕 한 알로 바깥세상을 추억하는 순간들을 1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자신의 고된 노동이 다음 날 아침 시민들의 '안전한 궤도'가 된다는 쓸쓸하고도 장엄한 자부심. 우리는 그의 묵묵한 발걸음을 따라,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이름 없는 영웅의 내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멈춰 선 궤도, 암흑의 터널을 걷는 밤 (Identity)
쇳가루가 박힌 방염복과 물집 잡힌 발바닥 (Appearance & Habit)
암흑의 곡선 구간, 무전기 너머의 정적 (Life Episode)
초음파 레일 탐상기와 유압식 토크 렌치 (Objects)
설계도의 선처럼 오차 없이 반듯한 격자형 글씨 (Handwriting)
터널 공조음과 자갈의 서걱임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Language)
철길의 어둠을 벗어나 푸른 초원의 맑은 하늘로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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