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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도시가 가장 화려한 빛을 삼키고 깊은 잠에 빠지는 밤 11시, 나의 일과는 시작된다. 지상의 모든 소음이 잦아들 때, 나는 74번이라는 번호로 불리며 거대한 빌딩의 맨몸을 밧줄 하나에 의지해 오른다. 사람들은 낮 동안 저 빛나는 유리 요새를 우러러보지만, 그 빛을 지키기 위해 밤의 어둠 속에서 외벽의 상처를 보듬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 동료들은 나를 '한 씨'라 부르고, 관리 대장에는 '74번'으로 기록되지만, 나에게는 나만이 아는 이름, '별빛모래'가 있다.
차가운 빌딩 풍이 온몸을 할퀴고, 하강기를 쥔 손목은 굳은살이 박여 하얗게 터져 나간다. 이것은 나의 외피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다른 꿈이 산다. 스마트폰 속에 저장해 둔 은빛 사구 사진처럼, 이 삭막하고 위태로운 허공의 벼랑 끝에서도 영혼의 온기를 잃지 않으려는 갈망이다. 고배율 망원경으로 유리창의 미세 균열을 들여다보고, 디지털 하강기로 속도를 제어하는 나의 손은, 언젠가 따스한 모래를 움켜쥘 그 날을 기다린다. 유독 사나웠던 돌풍에 휘말려 60미터 상공에서 사투를 벌였던 기억은, 내가 딛고 선 이 땅의 단단함을 매 순간 감사하게 한다.
이 책은 거대한 도시의 이면을 지키는 한 노동자의 기록이자, 차가운 쇠붙이와 바람 소리 속에서도 자신만의 서정을 지켜나가는 한 인간의 내면 고백이다. 허공의 줄 위에서 삼키는 덤덤한 언어, 도면의 수직선처럼 흐트러짐 없는 글씨 속에 숨겨진 그의 진짜 꿈은 무엇일까. 지금,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의 따스함을 그리는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허공의 팽팽한 자일, 밤하늘에 매달리는 밤
빌딩 풍이 박힌 방풍복과 하얗게 튼 손목
60미터 상공의 흔들림, 로프를 때리던 돌풍의 기억
고배율 균열 망원경과 디지털 토크 하강기
도면의 수직선처럼 흐트러짐 없는 고딕형 글씨
거친 바람 소리와 카라비너 마찰음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허공의 줄을 벗어나 따스한 별빛 모래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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