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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78 임준영(풀잎이슬). 등장인물캐릭터사전78임준영풀잎이슬_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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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78 임준영(풀잎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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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xContentWithDelimiter] [DeliAbstract]도시가 잠든 시간, 나는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한다. 이름 대신 '78번'으로 불리는 이곳은 하루 수백만 톤의 오물이 모여드는 하수종말처리장. 나의 일은 거대한 미생물 반응조의 수질을 계측하고 슬러지를 제어하며, 도시의 더러운 혈액을 정화하는 것이다. 차가운 철제 난간 위에서 암흑 같은 물의 소용돌이를 내려다볼 때, 나는 스마트폰 화면 속 풀잎 끝에 맺힌 이슬 한 방울을 떠올린다. ‘풀잎이슬’. 가장 탁한 곳에서 가장 맑은 것을 꿈꾸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유독가스와 악취를 막아주는 방호복은 땀으로 축축하고, 시약 자국이 남은 손끝은 무뎌진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암흑 속 침전조에서 질식할 뻔했던 기억은 여전히 선명하다. 그날 이후 나는 도시의 위생이 누군가의 밤과 맞바꾼 것임을 안다. 오른손의 pH 계측기는 미생물의 생명을, 왼손의 산소 측정기는 나의 생명을 지킨다. 입 안에서 녹이는 페퍼민트 사탕 한 알은 지독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작은 위안이다. 나의 언어는 기계 소음 속에 묻히고, 나의 글씨는 오차 없는 데이터처럼 단단하고 건조하다. 하지만 이 모든 차가움의 끝에서 나는 꿈꾼다. 언젠가 이 어둠을 벗어나 아침 안개 자욱한 숲에서 풀잎 끝의 투명한 이슬을 마주하는 삶을. 이것은 도시의 가장 낮은 곳을 닦아내는 한 남자의 쓸쓸하고도 장엄한 기록이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1. 오물의 심연, 정화의 소용돌이를 마주하는 밤 (Identity) 2. 악취가 밴 화학 방호복과 굳어버린 손가락 (Appearance & Habit) 3. 어두운 침전조의 범람, 폭우 속 독가스의 기억 (Life Episode) 4. 휴대용 pH 수질 계측기와 방폭형 산소 농도 측정기 (Objects) 5. 정밀 시험 성적서처럼 꺾임이 단호한 분석형 글씨 (Handwriting) 6. 반응조 폭기 소음과 기계 진동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Language) 7. 하수의 어둠을 벗어나 풀잎 위 맑은 이슬로 (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