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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iAbstract]오늘도 도시의 심장이 잠든 심야, 나는 지상 40미터 아래의 거대한 어둠 속으로 하강한다. 동료들은 나를 ‘현장 번호 80번’ 혹은 ‘조 씨’라 부른다. 지상의 사람들은 폭우가 쏟아져도 그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지하 신전이 모든 빗물을 묵묵히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곳은 도심 대심도 빗물 저류 터널, 나의 일터이자 차가운 왕국이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냉기와 이끼 냄새, 썩은 뻘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나는 빳빳한 방수 점프수트를 입고 거대한 수문의 유압계통을 점검한다. 내 스마트폰 대기 화면에는 햇살을 가득 머금은 붉은 바위산 사진이 있다. 닉네임 ‘따스한바위’는 이 축축하고 시린 어둠 속에서 내가 지키고 싶은 영혼의 보송함에 대한 역설적인 다짐이다.
이 책은 도시의 안전을 위해 가장 깊고 어두운 곳을 지키는 한 남자의 내면 기록이다. 유압식 고압 그리스 건의 차가운 쇠붙이와 주머니 속 누룽지 맛 사탕의 구수한 온기가 교차하는 그의 일상, 기습 폭우가 쏟아지던 밤 밀려오는 수마와 사투를 벌였던 기억, 그리고 도면의 사선처럼 흐트러짐 없는 글씨로 안전 대장을 기록하는 그의 강박적인 책임감을 따라간다. 거대한 배수 펌프의 이명 속에 삼켜지는 덤덤한 독백과, 언젠가 이 모든 것을 벗어나 따스한 바위 위에 눕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통해, 우리는 도시의 안락한 이면에 존재하는 한 노동자의 쓸쓸하고도 장엄한 자부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지하의 거대 신전, 차가운 한기 속으로 하강하는 밤 (Identity)
이끼와 뻘이 밴 방수 점프수트와 시린 관절 (Appearance & Habit)
지하 공동의 울림, 갑자기 차오르던 수위의 기억 (Life Episode)
유압식 고압 그리스 건과 비접촉식 레이저 수위 계측기 (Objects)
도면의 경사도선처럼 흐트러짐 없는 사선형 글씨 (Handwriting)
배수 펌프의 이명과 터널 공명음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Language)
차가운 지하 공동을 벗어나 볕이 가득한 따스한 바위 위로 (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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