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접기
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85 탁경수(탁바가지). 등장인물캐릭터사전85탁경수탁바가지_thumbnail
구매 가능

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85 탁경수(탁바가지)

...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 [DeliAbstract]밤 11시. 수산과 축산의 경매가 끝나고 모든 불빛과 소음이 떠나간 자리, 여기는 수십만 도시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거대한 도매시장의 가장 깊은 심장부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심장이 잠시 멈추는 새벽의 몇 시간 동안 바닥에 흥건한 피와 내장, 비늘 따위의 흔적을 지워내는 청소 노동자, 탁경수이다. 동료들은 나를 ‘탁바가지’라 부른다. 고압 살수기가 닿지 않는 배수구 구석의 마지막 오물 한 점까지 빨간 플라스틱 바가지로 퍼내는 나의 우직한 작업 방식이 만들어준 별명이다. 이 책은 번호 ‘85번’으로 호명되는 한 남자의 기록이다. 비늘이 화석처럼 박힌 방수 점프수트를 입고, 손때에 닳아 끝이 하얘진 빨간 바가지를 든 채 붉은 오수의 바다에 홀로 서는 그의 밤을 따라간다. 기름진 상어 내장에 미끄러져 시커먼 배수 구덩이에 처박혔던 기억, 방독 마스크 안으로 스며드는 비린내를 밀어내기 위해 깨무는 계피 사탕의 알싸함, 살수차의 굉음 속에 삼켜지는 ‘씻고 자고 싶다’는 덤덤한 독백까지. 이것은 미화도 과장도 없는, 도시의 가장 낮은 곳을 지키는 한 노동자의 거칠고 투박한 삶의 보고서이다. 그는 자를 대고 그은 듯 각진 글씨로 작업 일지를 쓰며, 세상의 아침이 마르고 상쾌한 바닥 위에서 시작될 수 있도록 밤새 자신을 소진한다. 그의 유일한 꿈은 이 지독한 비린내를 벗어나 아무 냄새도 없는 뽀송한 이불 속에서 잠드는 것이다. 이 책은 화려한 성공 신화가 아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이름 없는 존재들의 쓸쓸하고도 장엄한 자부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붉은 오수의 바다, 빨간 바가지를 들고 서는 밤 (Identity) 비늘이 박힌 방수 점프수트와 닳아버린 빨간 바가지 (Appearance & Habit) 미끄러운 바닥의 기습, 역류하던 오수의 기억 (Life Episode) 회전식 유압 고압 살수 노즐과 손때 묻은 플라스틱 바가지 (Objects) 작업 일지처럼 자음의 모서리가 각진 단단한 현장형 글씨 (Handwriting) 살수차 모터 굉음과 바가지 긁힘 소리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Language) 찌든 비린내를 벗어나 뽀송하고 향긋한 이불 속으로 (V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