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악서원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태종무열왕릉으로 가는 길에도,
김유신 장군 묘를 찾을 때도, 몇 번이고 그 앞을 지나쳤다.
'언젠가는 한번 들어가 봐야지.'
그렇게 미뤄 두었던 시간이 어느새 몇 해가 흘렀다.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소중함을 몰랐던 곳. 늘 곁에 있었기에 더욱 스쳐 지나갔던 공간.
그러던 어느 날, 답사를 위해 아침 일찍 서악서원의 문을 들어섰다. 그날 이후 나는 예전의 서악서원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기둥 하나에도 이유가 있었고,
처마 끝에도 철학이 숨어 있었다.
묵묵히 서 있는 마당에서는 선비들의 발자국이 들려오는 듯했다.
역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서악서원은 더 이상 오래된 건물이 아니었다.
천년 신라와 오백 년 조선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 책은 그 시간 속을 천천히 걸으며
내가 보고 느낀 작은 기록이다.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천천히 걷다 보면 계절이 보이고, 길이 보이고, 오래된 시간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경주의 왕릉 길과 서원, 천년고찰과 숲길을 걸으며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오늘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다. 제 글은 여행안내서도 아니고 역사책도 아닙니다.
한 걸음씩 걸으며 느낀 마음을 담아내는 작은 역사 에세이입니다.
오래된 돌 하나에도 이야기가 있고, 이름 없이 피어난 들꽃에도 계절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 작은 풍경들을 지나며 '아는 만큼 보이고, 마음을 열수록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을 뿐 입니다.
『천년을 품은 서악서원』 역시 그런 마음으로 걸으며 쓴 책입니다.
앞으로도 천년의 시간을 품은 경주의 길을 걸으며, 문화유산에 담긴 아름다움과 사람의 이야기를 오래도록 기록하려고 합니다.
프롤로그
1. 늘 지나치던 그곳
2. 서까래에도 뜻이 있었다
3. 서악서원이 품은 사람들
4. 천년을 지키는 목소리
5. 시간이 머무는 곳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