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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90 구기봉(구기름). 등장인물캐릭터사전90구기봉구기름_thumbn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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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캐릭터 사전 90 구기봉(구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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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lexContentWithDelimiter] [DeliAbstract]모두가 잠든 밤 12시, 나의 일과는 시작된다. 세상은 매끈하게 돌아가는 기계와 소음 없이 질주하는 자동차만을 기억하지만, 그 빛나는 강철 아래 질척이는 어둠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나는 그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공장 바닥과 터미널 구석에 엉겨 붙은 검은 기름때를 지워내는 존재다. 동료들은 나를 '구 씨' 혹은 '구기름'이라 부른다. 작업복과 온몸에 밴 매캐한 기름 냄새, 그리고 단 한 방울의 오일 슬러지도 용납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작업 방식이 붙여준 투박한 이름이다. 이 책은 번호 '90'으로 불리는 한 남자의 기록이다. 폐유가 튀어 시커멓게 굳은 고무 앞치마와 강철징이 박힌 장화, 굳어버린 기름을 녹이는 유류 분해제 노즐과 그것을 빨아들이는 진공 스크러버. 이것들이 나의 세상 전부다. 유독 미끄럽던 배수로 근처에서 스크러버가 뒤집히며 폐유를 뒤집어썼던 아찔한 순간, 고압 세척기 굉음 속에 짧은 단어들로만 겨우 이어가는 소통, 그리고 작업 일지에 칼로 그은 듯 반듯하게 기록하는 숫자들이 나의 언어다. 이것은 화려한 성공이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독하게 미끈거리고 매캐한 기름 구덩이 속에서, 언젠가 미끄러움 없는 담백한 맨땅에 맨발로 서는 날을 꿈꾸는 한 인간의 덤덤한 독백이다. 도시의 밑바닥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노동의 존엄과 쓸쓸하고도 장엄한 자부심에 대한 이야기다. [DeliAuthor]취미로 과학과 수학을 연구하며 이를 생활과 비즈니스에 적용하기를 좋아하는 아마추어 물리학자, 아마추어 수학자, 아마추어 철학자다. [DeliList]미끈거리는 어둠, 기름 분해제를 뿌리며 바닥으로 나서는 밤 폐유가 튀어 시커뾔진 고무 앞치마와 미끄럼 방지 장화 기름진 바닥의 기습, 스크러버가 뒤집히던 순간 유류 분해제 분사 노즐과 회수용 진공 스크러버 소독 및 정산 대장처럼 자음의 각이 칼로 베어낸 듯 또렷한 현장형 글씨 세척기 고압 소음과 스크러버 마찰음 속에 삼키는 덤덤한 언어 매캐한 기름 구덩이를 벗어나 미끄러움 없는 담백한 맨땅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