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남은 한 사람의 약속
경주에서 동쪽으로 길을 달리다 보면
푸른 동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바다 한가운데에는 대왕암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감은사지와 이견대가 있다. 나는 이곳을 여러 번 찾았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바다와 오래된 유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문무왕과 신문왕의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갈수록 이곳의 풍경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대왕암에는 문무왕의 마지막 염원이 있고,
감은사지에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간 신문왕의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견대는 용이 된 문무왕과 만파식적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남아 있다. 문무왕은 죽은 뒤에도 나라를 지키는 호국대룡이 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천삼백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가 마지막으로 바라보았을 동해 앞에 서서 그 마음을 가만히 헤아려본다.
죽음 앞에서도 나라를 생각했던 한 왕의 마음. 그 마음을 이어받은 아들의 마음.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랐던 신라인들의 소망. 역사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 파도는 오늘도 대왕암을 두드리고 바람은 감은사지와 이견대를 지나간다.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천삼백여 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보려 한다.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 그 약속이 남아 있는 동해로 이제 함께 걸어가 보려 한다.
경주의 역사와 자연을 사랑하며 오래된 길을 걷고, 그 길에 남은 이야기를 글로 담고 있습니다.
천년 신라의 흔적을 따라 걷다 만난 풍경과 사람들의 마음을 서정적인 글로 기록하며, 오늘도 경주의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1. 대왕암, 바다에 잠든 왕.
2. 감은사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은 아들
3. 이견대에서 바라본 동해
4. 만파식적, 평화를 부르는 피리
5. 천삼백여 년 뒤, 다시 그 바다 앞에서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