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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끝에서 만난 불영사. 숲길끝에서만난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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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끝에서 만난 불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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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먼 길을 함께 가준 아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곳이 있었다. 경주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울진의 불영사였다. 사진으로 불영사의 숲길을 볼 때마다 한 번쯤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축산 깊은 곳에 자리한 오래된 절과 그곳으로 이어지는 금강송 숲길이 내 마음을 자꾸 불러냈다.

하지만 마음만 앞섰을 뿐, 쉽게 길을 나서지는 못했다. 경주에서 울진까지 혼자 운전해 다녀오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거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엄마 불영사에 한번 가보고 싶은데, 같이 가줄 수 있을까?”

 

아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그 한마디가 어찌나 반갑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가고 싶었던 곳에 갈 수 있다는 기쁨보다, 아들과 함께 길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았다.

 

그렇게 팔월의 어느 날, 우리는 경주를 벗어나 울진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익숙한 경주의 풍경이 조금씩 멀어지고, 어느새 산길이 이어졌다. 길 양옆으로 짙어진 녹음이 펼쳐지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갈수록 마음도 함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듯했다. 불영사에 가까워질수록 산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차를 세우고 금강송 숲길에 들어섰다.

주차장에서 불영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다. 나무들은 햇빛을 가려줄 만큼 무성했고, 숲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명상길이라는 이름의 길도 만났다.

나는 그 길을 천천히 걸었다.

무엇을 꼭 생각하려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하나둘 내려앉고, 숲의 고요함이 내 마음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이곳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은 절을 만나러 왔지만, 어쩌면 나는 오래된 전각보다 먼저 숲이 건네는 위로를 만나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금강송 숲길 끝에서 불영사의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축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여러 전각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하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과 나무, 고요한 마당이 어우러진 풍경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깊은 산중에 이 절이 처음 세워졌던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옛사람들은 무엇을 찾아 이곳까지 들어왔을까. 수많은 세월과 풍파를 지나온 이곳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까.

 

그날 나는 불영사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대충 둘러보고 돌아왔고, 사진도 대부분 아들이 찍어주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상하게 그날의 숲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다시 불영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천축산 깊은 곳에 자리한 오래된 절.

연못에 비친 부처의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이름.

수많은 세월 동안 이어진 창건과 중창의 역사.

그리고 오랜 시간을 견뎌낸 아름다운 전각과 문화유산.

그제야 알았다.

내가 그날 걸었던 숲길 끝에는 단순히 오래된 절 하나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날의 기억을 천천히 꺼내 보려 한다.

 

팔월의 짙은 녹음 속에서 시작된 길,

숲길을 함께 걸었던 아들,

그리고 천축산 깊은 곳에서 만난 불영사의 이야기를.

 

아마 이 책은 불영사의 역사만을 기록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이 오래 마음에 품었던 곳을 찾아가는 길, 그리고 그 길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었다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DeliAuthor]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천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길을 걷고,

숲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걷고,

때로는 그 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남깁니다.

 

경주의 오래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다니며 그곳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이 좋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오래 마음에 품었던 울진 불영사를 찾아갔습니다.

먼 길을 아들과 함께 달리고,

천축산 숲길을 걸으며 잠시 마음을 쉬어갔습니다.

 

역사는 오래된 기록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걷는 길과 바라보는 풍경 속에도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천천히 걷고, 바라보고, 느끼며 그곳에서 만난 작은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 싶습니다.

 

 

좋은 풍경은 마음을 쉬게 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한 길은 오래 기억됩니다.


[DeliList]

프롤로그

 

1. 경주를 벗어나 천축산으로

2. 숲길이 먼저 건넨 위로

3. 천축산 깊은 곳에 천년의 절이 있다

4. 전각마다 시간이 머물다

5. 결국 마음에 남은 것은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