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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가는 길

... 콘
마음에 드셨나요?
[ComplexContentWithDelimiter][DeliAbstract]

추석 아침, 어머니에게 간다.

추석 아침이다. 아직 해가 완전히 떠오르기도 전, 나는 어머니를 만나러 산길에 오른다.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 맞는 세 번째 추석이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그리움은 좀처럼 흐려지지 않는다. 오히려 명절이 찾아오면 그 빈자리가 더욱 선명해진다.

평소에도 보고 싶은 어머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유난히 가슴이 저려 온다. 나는 어머니가 계신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어머니에게 가는 길에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붙잡아 주는 것들이 많다.

길가의 풀잎도, 오래된 나무도, 솔숲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도 오늘따라 다정하게 느껴진다. 밤새 잠들어 있던 풀과 나뭇잎은 바람에 살랑이며 아침을 맞고, 내가 지나가는 소리에 놀란 산새들은 푸드덕 날아오른다. 멀리 숲속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 소리를 하나하나 들으며 걷는다. 모든 것이 정겹다. 아마 어머니에게 가는 길이라서 그런가 보다.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부른다.

‘엄마, 나 왔어.’

조금 더 걸어 어머니가 계신 곳에 다다르면, 나는 말없이 그 앞에 선다.

그리고 넓은 품을 가진 어머니에게 안기듯 마음을 내려놓는다.

“밤새 잘 지내셨어요?”

마음속으로 안부를 여쭙는다. 그러면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 잘 지냈다.’


그 한마디를 들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어머니는 이제 이곳에 계시지 않지만, 나는 아직도 어머니께 안부를 묻고 어머니의 대답을 기다린다. 아마 자식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인가 보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어머니를 부르는 마음은 늙지 않는가 보다. 잠시 어머니 곁에 머물다 돌아오는 길.


나는 어머니가 평생 정성으로 일구어 오신 터전을 천천히 둘러본다. 그곳에는 어머니의 손길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하얀 부추꽃 위에 살며시 앉는다. 나는 걸음을 멈춘다. 혹시 어머니일까. 조심스럽게 다가가 나비를 바라본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부른다.

“엄마…….”

나비는 잠시 그 자리에 머물더니 나폴나폴 날아오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눈물이다.


꿈에라도 한 번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살아 계실 때는 다 하지 못했던 말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가득한데. 오늘도 나는 어머니에게 다 하지 못한 말을 가슴에 품은 채 산길을 내려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떠나신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가는 길 곳곳에 남아 계신

것은 아닐까.


솔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에도,

하얀 부추꽃 위에 앉았던 작은 나비에도.

어머니는 그렇게 조용히 내 곁에 계시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나는 어머니에게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마음속으로 한마디를 건넨다.

‘엄마, 다음에 또 올게요.’

그 말이 산길을 따라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 같았다.

 


[DeliAuthor]

경주에서 걷고 바라보며 글을 쓴다.

자연과 계절, 오래된 길과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살아오면서 마음속에 간직해 온 기억을 하나씩 글로 옮기며,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과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되새긴다.

 

《어머니에게 가는 길》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살아 계실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의 수고와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함께했던 날들을 하나씩 되짚으며 감사의 마음을 글에 담았다.

 

이 글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곁에 계신 부모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DeliList]

프롤로그

 

1. 어머니에게 가는 길

2. 당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한 사람

3. 그때는 몰랐던 어머니의 마음

4. 도시락을 들고 따라오신 어머니

5. 늦게 철이 든 딸

6. 엄마,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