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어린 시절에
마지막 인연을 맺었던 짐승 둘에 대해서 글을 써야 한다. 지난 주 월요일에 썼던 2편은, 토끼들에 대한 내 기억이 계속 솟구쳐서 집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지난 주 금요일 오후에 하루 날을 잡고 집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내 기억들을 소환하며
이어서 작업을 하였다. 그런 이틀의 사전 작업이 있어 지난 주 월요일에는 아주 용이하게 2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번 3편도
수월하게 마치고 싶어 집에서 사전 작문을 좀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 이번은 그게 잘 안되었다. 노트북을 켜고 앉았는데 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아니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같이
산 시간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최근임에도 그 마지막 두 짐승에 대해서는 기억도 이전 짐승들에 비하여 더 희미한 것이 사실이다.
아내는 마음 아픈
기억이라 기억 속에서 더 강렬히 지워버린 것이 아닐까 추측하였다. 아내 말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내 뇌에서 의도적으로 밀어내어 잘 남아 있지 않지만, 그 흩어져
있는 편린들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것이 이번 주에 내게 주어진 소명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토끼들과는 달리 나와 교감을 많이 했던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웠던 두 친구들을, 아주 애써서 추억해 보겠다. 늘 그렇듯이 어떻게 전개가 될 지는, 프롤로그를 쓰고 있는 지금은 예단하기 참 어렵다.
이 단
환란의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환란을 뚫어내며 대기업에 취직을 성공하였다. 1년여 뒤 훨씬 더 큰 회사로 이직하여, 일잘러로 자리매김하여 부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업과 책임, 그로 인한 Challenge를 오롯이 받아내며 오랜 재직 기간 내내 큰 고통을 감내하였다. 오랜 시간동안 영육을 바쳐 크게 키워 놓은 사업과 조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방에 망가뜨리는 고위 임원들에 대한 환멸과 정신의 피폐해짐으로 인해 20년 대기업 생활을 마감하고, 인생 처음으로 백수가 되었다. 백수생활 중 아직은 백수로서의 자질과 역량이 부족함을 깨닫고 몇 달 뒤 소기업에 들어가 5년동안 다시 영육을 갈아 넣은 다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마침내 때가 되었음을 느껴 총 25년의 노비생활을 청산하였다. 지금도 여전히 온전한 백수로서의 부실함을 느껴 내공 향상에 분투 중이다.
[DeliList]
저자
소개
프롤로그
I.
단독주택으로 이사
II.
보람이와 만남
III.
보람이 성장기
IV.
또 한마리 추가
V.
양옥이의 존재감
VI.
개들과의 추억
VII.
보람이와 이별
VIII.
양옥이와의 에피소드
IX.
이별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