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순이었을까 한다. 직장에서 첫 여름을 맞이하는 딸에게 해외로의 휴가를 계획해보라고 권했다. 사람 사는 곳이야 다 같겠지만 젊은 시절에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동경이 있기 마련이니까.
어느 날 딸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름휴가에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해서 온 가족이 함께라면 좋겠단다. 그리고 보니 막내 동생의 막내까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이다. 게다가 10월이면 큰 조카의 입영이 기다린다. 9명의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시기가 올 여름이다. 20대의 아가씨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휴가를 가고 싶다니 이렇게 기특한 일도 없다.
막내 동생네 가족 수가 4명이라 거의 절반이다. 동생이랑 통화해보니 동생의 반응이 꽤 의외였다. 이미 제부의 주문이 있은 후였던 것이다. 제부가 희망하는 여름휴가 계획은 훨씬 거창했다.
삶을 살아내느라 우리는 가족휴가란 것이 제대로 없었다. 매년 휴가철이면 부모님 댁에 모이는 정도였다. 9명의 가족이 한꺼번에 바깥에서 잠을 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재작년에 부모님과 큰 동생 그리고 나 4명이서 울릉도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나로서는 업무의 연장이어서 휴가라 보기는 무리다.
휴가 계획을 몇 번 수정했다. 영천에서 별을 관측하며 잠들 수 있는 보현산 별빛 테마마을을 예약했는데 참석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날짜를 바꾸어 예약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 사정이 있었다. 9명 모두 참석할 수 있는 날을 잡다보니 결국 9월까지 휴가를 미루어야 했다. 그것도 하필 여행지는 경주가 되었다. 경주에 오래도록 살고 있는 딸과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9명이 휴가라는 이름으로 어딘가로 모일 수 있음에 들떴다. 아가에서 어린이,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성장한 조카와 딸이 함께 하는 시간이라 더욱 기다려졌고 고마웠다. 큰 동생과 딸의 찬조 및 막내 동생 부부가 통 크게 쏘아준 덕분에 신나는 체험을 했다. 우리의 부모님께서 아직은 건강을 유지하고 계심에 이보다 큰 선물은 없다.
지은이: 아자
<고등학교 자퇴 후 자신의 길을 잘 가고 있는 학생들 사례>, <조카님 힘내세요>, 고졸 검정고시 수학 이북 <아자! 수학> 시리즈의 저자이다.
<초콜릿 상자의 비밀>을 읽고 환상적인 스토리를 현실에서 구현하고자 캡틴후크와 함께 유초콜릿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캡틴후크의 <놀라운 강의>를 들을 때마다 때 묻은 관념과 상식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가운데, 강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유초콜릿컴퍼니 출판사를 통해 <놀라운 강의> 시리즈를 출간한다.
나의 우주에서 주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세상의 경이로움에 눈을 떠가는 요즘이 마냥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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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금강산도 식후경
2. 풀빌라 펜션
3. 위대한 제부
4. 이제 놀자
5. 또 놀자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