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존자

우리는 왜 길고양이에게 매혹되는가? 바람처럼 가볍고 민첩한 몸놀림, 좁은 틈에 스미듯 사라지는 유연함, 도도하면서도 앙증맞은 얼굴, 인간을 경계하는 소심함 속에 숨겨진 강인한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길고양이 한 마리가 던지는 깊은 시선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인간의 세계 한 귀퉁이에서 소리 없이 살아가는 이 작은 생명체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들은 가혹한 도시 환경에 적응하며 독자적인 생존 철학을 구축한 '길 위의 존자(尊者)'다. 이 책은 길고양이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들이 터득한 지혜로운 진화의 비밀을 탐구한다. 작은 몸피로 진화한 이유, 완벽한 은신술과 회피 전략, 인간과의 아슬아슬한 공존 방식까지, 길고양이들은 도시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도의 기술을 연마해왔다. 그들은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지만, 생존에 필요한 만큼의 사회성을 유지하는 균형 감각을 지녔다. 무리 지어 위세를 과시하는 대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길고양이들을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거두고, 그들의 야생성과 독립성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태도를 발견하고자 한다. 고독을 즐기는 법, 현재에 충실하는 법,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법을 길 위의 스승들은 온몸으로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지혜를 실천하는 작은 생명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들과 존중하며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의대를 졸업했다. 현재 산문작가,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프롤로그: 내 발목을 잡은 시선 Chapter 1: 도시의 작은 철학자들 Chapter 2: 생존의 기술, 경계의 미학 Chapter 3: 작은 몸, 거대한 지혜 Chapter 4: 보이지 않는 이웃, 유용한 존재 Chapter 5: 우리가 길 위에서 배워야 할 것들 에필로그: 존중의 거리를 지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