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건네는 작은 선물
가을이 깊어지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알록달록 물드는 단풍도 좋고, 들녘을 따라 피어나는 소박한 들꽃도 좋다. 바람은 한결 선선해지고 하늘은 높아진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도 가을이라는 계절을 만나면 새롭게 다가온다.
나는 경주에 살면서도 아직 가 보지 못한 곳이 많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고분과 오래된 석탑, 고즈넉한 한옥과 정겨운 골목길이 가까이에 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마음을 내어 길을 나섰다. 황남동 고분군의 황금 정원에서는 다채로운 가을꽃을 만나고, 서악마을에서는 하얀 구절초가 피어난 언덕과 천년의 시간을 간직한 석탑을 바라보았다. 꽃길을 걷고 바람을 느끼며, 때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풍경 속에 머물렀다. 그렇게 걷다 보니 아름다운 것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만이 아니었다. 아무런 걱정 없이 꽃을 바라보는 순간에도 행복이 있었고, 오래된 마을 길을 걸으며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에도 따뜻한 위로가 있었다.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멈추어 바라보고, 천천히 걸으며,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을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번 가을, 나는 경주의 꽃길을 걸으며 작은 행복들을 하나씩 만났다.
그 길에서 만난 풍경과 마음속에 남은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 보려 한다.
경주에서 자연과 계절, 오래된 길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글을 쓴다. 천천히 걷고 바라보며 일상 속 작은 행복과 지나온 시간의 의미를 글로 담아내고 있다.
작은 꽃 하나에도 마음을 기울이며 오늘을 조용히 피워낸다.
프롤로그
1. 황금빛 힐링.
2. 구절초 꽃길을 걷다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