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전에는 거주 인구가 천 만이 넘는 서울에 둥지를 틀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거대한 빌딩숲과 사람들로 복작이는 곳이 싫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서울에 ‘입성’한 것에 대해, 해냈다, 라는 ‘성취감’마저 느낀다.
“이젠 병원 가는 게 일도 아니게 된 것을 축하드려요. 뱅기 타고 어쩌고 고생할 일이 없는 게 어딥니까.”
(프롤로그 부분)
하급병원과 상급병원의 시술비가 같다면, 동일 시술을 한 상급병원의 의사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환자들은 상급병원으로 몰려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상급병원 교수들의 월급이 주변 개원의 또는 건진센터 일반의들의 월급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면, 상급병원의 교수들은 당연히 열의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인간이고 자본주의 경제 체계의 일원이다. 의사들도 자리이타(自利利他)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자신을 돌보면서 타인을 도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 방향일 것이다.
의사수를 늘리되 지방에 좋은 의사를 모셔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에 대한 증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본문 중)
공원을 산책하다가 달을 한참이나 올려다봤다. 2월 보름이다. 나뭇가지에 가려진 창백한 달이 ‘환영해!’하고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은빛 광휘가 둥글게 나를 감싸 안았고, 나무 우듬지의 새둥지에도 은빛이 소담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지은이: 노마드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살았다. 정신적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다가 3년만에 문을 닫고 26년간 회사원으로 일했다. 퇴직 후 산문작가, 번역 프리랜서,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산문집 <경계 저 너머>, 어학책 <독학 중국어 첫 걸음> 등 종이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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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의료대란에 대하여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