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6년 회사 생활을 접고 2년째 백수로 지낸다. 2022년 가을, 심한 옆구리 통증으로 응급으로 입원했고 수신증 4기 진단을 받았다. 원인불명의 수신증이라고 한다. 그리고 2023년 나는 투병을 핑계로 1년을 하루처럼 살았다. 좀 심각한 병이긴 했다. 말하자면, 배뇨장애. 우리 몸은 화학공장이다. 이 공장의 하수 시스템에 고장이 났다.
지방의 작은 병원에서 적절치 못한 치료로 완쾌될 수 있는 최적기를 놓치고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2번이나 큰 수술을 받았다. 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막막함, 이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내 삶은 참혹하게 무너져 내렸다. 가장 동물적인 삶조차 영위하기가 쉽지 않았다.
먹고, 자고, 싸는 것이 이렇게 중요할 줄이야! 나의 하루 일과는 이 세 가지를 체크하면서 쳇바퀴를 돌았다. 물을 마시면 우선 옆구리 통증부터 느꼈다. ‘배수’가 잘 안 되는 날이면 아무 것도 마시지 못한다. 고약한 병이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수술 부위의 유착 등 합병증으로 죽고 싶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겪었다. 내 몸은 다양한 진통제와 마취제, 수술 자국으로 초토화되었다.
9월, 세 번째 수술이 끝났다! 일루의 희망의 품었다. 12월, 담당의는 아직 계속 치료해야 한다,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의사의 담담한 통보가 나에게는 천둥처럼 들렸다. 그날, 다리에 맥이 풀려 걷지를 못했다.
지은이: 노마드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살았다. 정신적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었다. 경제적 독립을 위하여 26년간 회사원으로 일했으나 아직 완전한 자유에 이르지 못했다. 퇴직 후 산문작가, 번역 프리랜서,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산문집 <경계 저 너머>, 어학책 <독학 중국어 첫 걸음> 등 종이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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