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행복의 부피는 불행의 부피에 정비례한다.
나에게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싹트기 시작했다. 보다 은밀하게, 좀 더 촘촘하게 행복을 감지할 수 있는 촉수가 봄날의 신록처럼 파릇파릇 돋아나는 중이다.
공원의 샛길을 사이에 두고 진달래와 개나리가 연분홍과 노랑으로 눈길을 주고받을 때, 나는 홀연 감격에 목이 메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살아있음의 환희였다.
‘봄, 살갗을 간지럽히는 따스한 햇살, 숨 쉬는 매 순간이 축복’이러한 텍스트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하얀 반팔 티에 연녹색 누빔 패딩을 입은 중년 여성이 햇살 아래 맨발로 서 있다.
머리 위에서 샤르륵, 하고 누군가 파아란 하늘 배경을 텃치한다.
가벼운 기척의 주인은 청설모.
꼬리가 새카만 청설모 두 마리가 솔가지 사이를 누비듯 오르내리며 재롱을 피운다.
이 봄, 녀석들의 마음에도 열락의 꽃이 피어나는 중인가.
지은이: 노마드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면서 살았다. 정신적 자유를 향한 열망이 있었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다가 3년만에 문을 닫고 26년간 회사원으로 일했다. 퇴직 후 산문작가, 번역 프리랜서, 콘다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산문집 <경계 저 너머>, 어학책 <독학 중국어 첫 걸음> 등 종이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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