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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간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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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답사길에 오르다.

아침 일찍 경주의 옛길을 찾아 나섰다. 이날의 답사 장소는 월정교와 월성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먼저 월정교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다리의 모습을 여러 장 사진에 담고, 남천을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늦추었다. 물 위에 놓인 아름다운 다리는 언제 보아도 단정하고 고즈넉했다.


그동안 월정교를 몇 번이나 지나쳤을까. 안내 표지판을 읽고, 다리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내가 알고 있던 월정교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날은 조금 달랐다. 해설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다리 곳곳에 담긴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 가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답사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우리는 함께 다리 앞에 서서 천년의 시간을 품은 월정교를 바라보았다.

해설이 시작되자 익숙하게만 보였던 다리가 새롭게 다가왔다. 돌기둥 하나에도 까닭이 있었고, 다리의 구조에도 신라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던 풍경 속에 내가 알지 못했던 역사가 숨어 있었다.

 

나는 문득 천년 전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 다리를 처음 만들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돌을 다듬고 나무를 올리며, 기와를 얹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을까. 완성된 다리 위로 왕과 신하들이 오가고, 궁궐을 향해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오래전 신라의 어느 날과 지금 내가 서 있는 아침이 잠시 한자리에 포개지는 듯했다.

 

월정교를 지나 월성으로 향하면서는 또 다른 시간을 만났다. 아이와 함께 찾아와 넓은 잔디밭에서 뛰놀고 점심을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편안하게 쉬어 가는 장소였던 곳이 이제는 신라 왕궁의 흔적을 찾아가는 역사적인 공간으로 다가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풍경은 달라졌지만, 그곳에 쌓인 시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땅속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었고, 발굴 현장은 그 이야기들을 조금씩 세상 밖으로 꺼내고 있었다.

 

짧은 아침 답사였지만 마음속에 남은 것은 적지 않았다. 늘 곁에 있어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경주가 새롭게 보였고, 무심히 지나쳤던 유적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듯했다.

 

역사는 먼 옛날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늘 내가 걷는 길에도, 강물 위에 놓인 다리에도, 아이의 손을 잡고 소풍 갔던 기억이 남아 있는 언덕에도 역사는 조용히 살아 있었다.

 

그날 나는 월정교와 월성을 걸으며 천년 전 신라를 만났다. 그리고 그 오래된 시간 속에서 경주를 다시 바라보는 나 자신도 만날 수 있었다.

 

 


[DeliAuthor]

경주에서 걷고 바라보며 글을 쓴다.

자연과 계절, 오래된 길과 역사 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 순간의 감동을 글로 기록한다.

 

오늘도 천천히 걸으며 지나온 시간과 지금의 삶을 글로 담아내고 있다.


[DeliList]

프롤로그

 

1. 해설을 들으며 다시 만난 월정교

2. 다리 위에 머문 천년의 건축

3. 신라 왕궁의 시간을 품은 월성

4. 바둑판처럼 펼쳐진 신라 왕궁

5. 기억속에 남아 있는 월성

6. 오늘의 걸음으로 천년을 만나다

 

에필로그